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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훈의 다리 #6. 지훈의 다리 공방 안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민호는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바라보며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수아는 작업대에 기대어 서서 그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더욱 높아진 것 같았다. "저는..." 민호가 다시 입을 열려 했을 때, 수아가 먼저 말했다. "그냥 가세요. 오늘은 대화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침이 배어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민호는 더 이상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이며 공방을 나섰다. 골목을 걸으며 그는 자신의 무력감을 절실히 느꼈다. 좋은 의도였는데 왜 이렇게 모든 것이 꼬여버렸을까. 그날 밤 민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아의 차가운 표정과 깨진 도자기들의 모습이.. 2025. 9. 26.
#5. 작은 균열 #5. 작은 균열 지훈의 전시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민호와 수아는 더 자주 만나야 했다. 전시에 함께 소개될 두 사람의 작업 공간과 일상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색함은 여전했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수요일 오후, 지훈이 제안한 것은 '협업 사진'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작업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담고 싶어. 민호는 수아의 도예 작업을 보고, 수아는 민호의 서점 일을 도와주는 식으로." 민호는 처음 수아의 작업실에서 그녀가 물레를 돌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집중해서 흙을 다루는 그녀의 손길이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 어떤 말도 걸지 않았다. "어떠세요?" 수아가 작업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 2025. 9. 26.
#4. 불편한 동행 #4. 불편한 동행 일주일이 지나고, 민호와 수아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훈의 촬영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자주 마주쳐야 했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서로 어색해했다. 월요일 오전, 민호는 평소보다 일찍 서점을 열었다. 지훈이 오전 촬영을 위해 일찍 온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내리며 창밖을 보니 수아의 공방에서도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도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형! 준비됐어?" 지훈이 카메라 장비를 잔뜩 들고 나타났다. "오늘은 두 사람이 각자 일하는 모습을 교대로 찍을 거야. 자연스럽게 해주면 돼." 민호는 평소처럼 책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있다는 생각에 모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책을 잘못 꽂기도 하고.. 2025. 9. 25.
#3. 첫 만남 #3. 첫 만남 토요일 오후, 민호는 서점 문을 열어둔 채 새로 들어온 사진집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말이면 평소보다 손님이 많아져서 진열을 더 신경써야 했다. 특히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골목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민호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대학 동기였던 오지훈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들어오고 있었다. 삼 년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지훈이? 어떻게 여기까지?" "너 여기서 서점 한다는 소식 들었어. 궁금해서 찾아왔지." 지훈은 서점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분위기 정말 좋다. 역시 너답네. 아, 그리고 이번에 개인전 준비하는데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 지훈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특히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 몇 번 그룹.. 2025.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