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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24

1부: 귀향과 낯선 재회_#4. 어색한 인사 #4. 어색한 인사 기록실에서 돌아온 후 아린은 하루 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도현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막상 마주치고 나니 예상보다 훨씬 어색했다. 그의 "할 말이 있다"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이틀 후, 아린은 마을 슈퍼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냉장고가 비어있어서 기본적인 식료품들을 사야 했다. 계산대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도현이었다. 손에는 라면 몇 개와 우유 한 팩을 들고 있었다. "어, 안녕." 아린이 뒤돌아보며 인사했다. 계산을 마치고 슈퍼를 나오자, 도현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시간 있으면... 커피 한 잔 할까? 새로 생긴 카페가 괜찮다고 해서." 아린은 잠깐 망설였다.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대.. 2025. 9. 30.
1부: 귀향과 낯선 재회_#3. 등대지기의 서재 #3. 등대지기의 서재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친 아린은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12년의 세월 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집에만 있으면 자꾸 과거의 기억에 휩싸일 것 같았다. 마을 중심가로 향하는 길에는 예전보다 펜션과 카페가 늘어나 있었다.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 같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슈퍼마켓 앞에서는 할머니 몇 분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린을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린이 맞지? 많이 컸네. 도시에서 고생 많았겠다." 할머니들의 따뜻한 인사에 아린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들과 잠깐 안부를 나눈 후, 아린은 해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로 이어지는 길은 예전과 똑같았다. 소나무들이 줄지.. 2025. 9. 30.
1부: 귀향과 낯선 재회_#2. 빈집의 기억 #2. 빈집의 기억 첫날 밤은 생각보다 깊었다. 아린은 새로 갈아입은 침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 때마다 집이 삐걱거렸고, 그 소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꾸만 불러일으켰다. 예전에는 이 소리가 무서워서 준이와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 있곤 했었다. 준이는 겁이 많아서 조금만 바람이 세게 불어도 아린의 팔을 붙잡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아린은 누나답게 "괜찮다, 그냥 바다 아저씨가 우리한테 인사하는 거야"라고 말해주었었다. 아린은 베개를 뒤척이며 그 기억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빈집의 정적은 오히려 과거의 목소리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부엌에서 들려오던 어머니의 설거지 소리, 마당에서 아버지가 그물을 손보며 흥얼거리던 노래, 그리.. 2025. 9. 29.
1부: 귀향과 낯선 재회_#1. 돌아온 바닷가 #1. 돌아온 바닷가 버스가 마을 입구에 멈췄을 때, 윤아린은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12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낮은 담장 너머로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소금기 섞인 바람이 버스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그 냄새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아가씨, 종점입니다." 기사가 친근하게 말했다. 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는 작은 여행가방 하나뿐이었다. 도시에서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온 것치고는 너무도 가벼운 짐이었지만, 마음만큼은 무거웠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히는 소리,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어선 엔진 소리까지. 모든 것이 기억 속 그대로였다. 아린은 잠깐 눈.. 2025. 9. 29.